나름 의미 있는 흥행 수치를 기록하는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
<워킹데드>나 <데드셋> 같은 드라마는 물론이고 <28일 시리즈> 등의 제법 인기 있는 좀비영화를 비롯해
<좀비랜드> 등의 이른바 B급 영화들도 재미 있게 본지라 <부산행>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그래서 늦은 밤 피로를 감수하고 무려 4DX관에서 <부산행>을 관람했다.
좀비라는 소재가 꽤나 마니악하니 만큼 정말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퀄리티 높은 외산 좀비물과도 비교해야 하니 아무래도 평을 남기기가 쉽지 않지만
굳이 평가를 내리자면 개인적으로 10점 만점에 7점 정도.
'한국에서 제법 퀄리티 괜찮은 좀비영화를 만들었다'라는 생각에 다소 평가를 후하게 했다.
이 장르가 참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좀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외국의 좀비물을 많이 접했을테니 <부산행>이 성에 안찰 수 있고
반대로 외국의 좀비물을 별로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최소 좀비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테니 <부산행>에 큰 흥미를 못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에서 좀비 영화가 나와줬다는 점에 일단 큰 박수를 보낸다.
영화를 보며 좋았던 점을 좀 꼽아보면...
사람들 간의 갈등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사람을 모함하고 몰아가는 캐릭터와 그에 휘둘리는 사람들...
이 부분은 정말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들 저럴까 싶으면서도 저 상황이라면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심정?
가족을 위한 희생
좀비영화지만 가족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임신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각자 목표를 가지고 좀비떼를 뚫고 나가는 모습은 다른 영화가 그리는 <생존>과는 살짝 포인트가 달랐다.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지만 글쎄... 좀 <한국적 정서>라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
한국 영화다 보니 배경이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였다는 점은 정말 최고였다.
그간 외국 좀비물을 보면 먼 나라 타국의 내용을 보는 느낌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함을 느끼곤 했는데
우리 눈에 너무 익숙한 곳이 배경이 되다 보니 현장감이나 몰입감이 더 높았다.
이건 정말 외국 영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산행>만의 장점이지 싶다.
4DX는 글쎄...
대체로 만족하며 영화를 보긴 했지만 4DX를 선택한 건 정말 최악의 한수였다.
차라리 의자 움직임 효과를 포기하고 스크린이나 사운드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4DX 효과를 몸으로 느낄만 한 부분이 거의 없는 통에 괜히 허리만 아프고 돈만 많이 썼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4DX를 보느니 차라리 IMAX나 사운드 특화관에서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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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및 아쉬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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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및 아쉬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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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선 <영화>라는 것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연출들도 있긴 했다.
가령 달리는 기차가 캐릭터들의 달리는 속도에 맞춰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느낌부터
선행열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질주할 수 있던 점,
기관실에서 기차의 문을 모두 열었는데 사람들이 탄 칸의 문만 열리고 좀비가 탄 칸은 안열린다던지...
수많은 좀비들이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과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부분들...
터널 안에서 휴대폰에 전화를 걸 때 기존에 있던 먼 자리에 휴대폰을 놓고 오지 않았던 점이나
열차 안에 있는 수많은 수화물들을 좀비를 유인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않은 점 등등...
영화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야 할 부분들도 제법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체로 이런 장면들에서 <무서움>이라는 감정보다 <허탈>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외 조금 아쉬웠던 부분들을 좀 꼽아 보자면...
좀비 발생의 원인...
대부분의 좀비물은 왜 좀비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부산행은 시작부터 특정 지역이 거론되고 영화 중간에 무슨 기업 때문인지까지 나오길래
내심 '좀비 발생의 원인도 알려주는 건가?' 하고 기대했었는데...
원인은 개뿔...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영화 중간에 헬기로 좀비를 도심에 떨구는 장면도 나온 것 같았는데 이 부분도 그냥 넘어가고 끝...
아마 다음 이야기를 위한 떡밥일 수도 있지만 글쎄...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부산행의 프리퀄로 <서울역>이라는 애니가 있다고 하더구만?
아마... <서울역>을 보면 조금은 그 떡밥들이 이해가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툭툭 던졌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캐릭터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지...?!
마동석을 제외하고는 심지어 주인공 중 하나인 공유조차 존재감이 그저 그렇다.
기껏 운동하는 친구들이 등장했으면 개성을 좀 살렸으면 좋았을텐데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순식간에 전멸이다.
그나마 주인공 역시 영화 후반에 '왜 저렇게 죽지?' 싶을 정도로 참 허망가게 가버리더구만...
하다못해 그 민폐 캐릭터라도 어떻게 하고 죽었다면 차라리 속이 시원했을텐데 말이다.
신파...랄까...
도대체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딸이 학예회에서 불렀다는 노래가 하나 있다.
그런데 애들 학예회에서 그런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내 듣도 보도 못했다.
심지어 그 노래가 영화 마지막에 생존자 구분을 위한 장치로 쓰인다니...
하아... 거의 느낌상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억지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군인들도 좀 웃긴다.
생존자 확인이 목적이면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처음엔 생존자고 뭐고 공포에 질려서 그냥 막 쏴 죽이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생존자다!' 한 마디에 우르르 몰려가는 군인들...
이거 뭐야... 생존자를 살릴 생각은 있었던 거야..?
그런데 물어보지도 않고 쏴 죽이려고 했던거...?!
애들이 어쩜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
무엇보다 영화 중간에 마동석의 그 오글거리는 대사는 정말 뜬금 없기 이를데 없다.
애랑 못 놀아주지? 나이 먹으면 애가 알아줄꺼라며 느닷 없는 소리를 하는데...
영화 전체의 흐름이 <생존>보다는 <가족애>에 맞춰진 느낌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건 좀...
개인적으로 부산행이라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이해 안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런 아쉬운 부분들을 감안 하더라도 <부산행>은 확실히 한 번쯤 볼 가치는 충분한 영화라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의 반응은 영화의 재미에 반해 너무 뜨거운 것이 아닐지 하는 의문도 살짝 남는다.
과연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영화일까?
※ 본 리뷰는 필자가 사비를 들여 감상하고 작성한 것임을 보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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