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향(外來香)
혹시라도 손님을 맞을 일이 있으면 이곳을 찾는다.
서울대입구, 혹은 샤로수길에서
가볍지 않은 분위기, 합리적인 가격, 정갈한 맛.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중국 음식점을 찾기란
외래향을 제외하고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출입구가 건물 뒷편으로 존재하고
층고가 높은 관계로 밖에서 봤을 때,
2층에 있는 외래향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사람이 많다.
특히 이날은 서울대에서 무슨 행사를 했는지
단체 예약손님이 많아 하마터면 식사를 하지 못할 뻔 했다.
아무튼 창가로 자리를 잡는다면,
남부순환로를 내려다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단지 차도일 분이지만,
층고가 높아 내려다 보는 맛이 제법 있기 때문.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 정갈함을 느낀다.
외래향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담은 종이 매트,
엎어 놓은 컵과 단정하게 정리된 수저.
휴지와 물티슈를 플라스틱 통에 꽂아두지 않고
접시 위에 얹어 둔 점도 눈에 들어오고
반찬으로 제공되는 양배추 절임과 짜샤이 역시
외래향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 준다.
처음 외래향을 찾았을 때만 해도
가격 장벽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비싸지 않은 곳이 없다 보니,
오히려 이 정도 가격이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라 짬뽕밥을 주문했다.
메뉴에는 없지만 면을 밥으로 바꿀 수 있으니,
혹시 밀가루보다 쌀이 좋은 경우는 짬뽕밥을 주문하면 된다.
후에 포스팅 하겠지만,
'마차이 짬뽕'의 자극적이고 농후한 맛과는 다른,
깔끔하고 풍부한 맛이 외래향 짬뽕의 매력.
재료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 있어,
오징어, 버섯, 양파 등을 씹는 것이 참 즐겁다는 느낌이고
맵지 않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든다.
외래향에 방문하면 늘 고민하는 메뉴, 마파두부밥.
사실 4년여 전, 처음 외래향을 찾았을 때는
주로 짬뽕을 주문했지만 마파두부밥을 접한 뒤로는
늘 마파두부밥을 주문했을 정도로 매력 있는 음식이다.
짬뽕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마파두부밥을 더 추천하고 싶다.
조금 칼칼하고 이국적인 맛과 향,
간간히 씹히는 땅콩이 두부가 듬뿍 들어간 파마두부.
간혹 상당히 짭짤하게 조리돼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느낌이다.
식사를 주문해도 늘 후식이 나온다.
이날은 방울토마토가 단촐하게 제공됐다.
그간은 리치(?) 안에 파인애플을 넣은 것이 나왔는데
이날은 단체 손님이 많아서인지
방울토마토 하나가 덩그러니 나와 조금 당황했다.
아무튼 서울대입구, 혹은 샤로수길 부근에서
괜찮은 중국집을 찾는다면 외래향을 한번 찾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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