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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s 문화이야기

영화 - 감기 (The Flu, 2013)

by BONTA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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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영화.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한 현 상황에 더욱 생각이 났던 영화다.

하지만 마땅히 기회가 없었는데 넷플릭스에 뜬 덕에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 초반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새 빠르게 전염된다는 설정.

초기에는 감기 증상이고 호흡기를 통한 감염, 심지어 전염성이 엄청 높다.

게다가 감염 수시간만에 발병하고 발병 이후, 피를 토하며 사망...

'전염병으로 인한 재해' 라는 설정에 몹시 충실한 덕에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의 후반부로 달릴 수록 긴장의 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맥이 빠지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신파는 모두 걷어 내고 전염병, 통제, 치료제, 갈등만 갖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하 스포 있음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인해(수애)는 '개념 없는 사람'의 전형이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제멋대로인 것은 물론,

나중 가서는 보따리를 내 놓으라며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린다.

그녀의 딸 미르(박민하) 역시 마찬가지...

그저 짜증만 유발하는 캐릭터 설정이 왜 필요했을까 싶다.

 

미르를 찾으러 마트에 간 지구(장혁)는 눈 앞에서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

'구조대원은 사람을 구해야 한다' 는 대전제야 좋지만,

군이 마트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 경업(유해진)과 함께 마트 내부의 사람들을 격리 해제시킨다.

감염 환자가 있을 수 있는 그룹을 격리 해제하는 것이 과연 구조대원이 할 법한 일일까?

 

그 외에도 소방장비의 사적 이용 등 이해 안되는 부분들이야 잔뜩 있지만

사실 여기까지야 '뭐야? 왜지?' 라는 느낌으로 넘어가 줄 수 있는데...

영화 중반 이후로는 정말 감상 자체가 곤욕스러울 정도로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해'는 감염 상태인 본인의 딸, '미르'를 비감염자 그룹에 몰래 포함시킨다.

'모성'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인해'는 누구보다 그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감염내과 의사다.

감염자 한명이 어떤 결과를 낼지 뻔히 알면서 딸과 함께 도망치는 것이 아닌,

비감염 그룹에 숨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 굉장히 의아하다.

 

심지어 나중에 가서는 증상이 심해져가는 '미르'를 '지구'에게 맡기기까지 한다.

게다가 '지구'가 미르를 대신해 감염자 그룹으로 이동하는 것조차도 모른 척 한다는 것이 참...

왜 유능한 감염내과 의사를 이렇게 민폐의 절정에 선 캐릭터로 만들었을까?

 

정부의 감염자 관리에 관해서도 이해가 안되는데

대통령(차인표)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감염자들을 비닐에 싸서 소각한다는 설정이 참...

이 정도 사안을 대통령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진행한다고?

최소한 영화 말미가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진행된 일인지

청문회라도 열려 책임자를 가려내 권선징악의 메시지라도 전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끔찍한 인상을 주기 위해 굳이 이런 장면을 넣은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울러 그 와중에 다시 한번 등장하는 신파,

통제를 위해 투입된 아들과 감염된 친모의 만남.

 

다른 감염자들은 살아있는채로 비닐에 싸서 소각하는데

군인의 어머니 만큼은 휠체어 앉혀서 이동중이었다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친모라면 본인이 죽을 병, 심지어 전염병에 걸렸는데 아들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붙잡을까?

뭔가 '찡한 느낌'을 주려고 정성들여 준비한 화면 같지만...

'저게 정말 가족애며, 모정일까?' 하는 의문만 잔뜩 남는다.

 

질병 영화라면 '질병 vs 인간' 의 갈등 구도가 그려져야 하고,

영화 감기 역시 중반까지는 그 설정을 잘 따르고 있었다.

다소 이해가 안되는 설정, 말도 안되는 신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바탕은 아직 '질병 vs 인간'이었다.

그런데 영화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갑자기 다른 대립 구도가 튀어나온다.

 

뜬금 없이 튀어나온 국환(마동석)이 '인간 vs 인간' 구도를 만드는 것도 일례.

치료제가 가장 절실한 사람이 '국환' 본인일텐데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이 아닌,

그저 '미르'의 피를 뽑는데 혈안이 돼 있는 모습에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꼈다.

대립을 위한 대립을 영화에 자꾸 끼워 넣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우기 힘들 수밖에.

 

마지막 대립 구도는 군인과 고립된 시민의 정면 대치.

그리고 그 뒤에는 미국편에 선 정치인과 우리나라 대통령의 대립,

심지어 미군 전투기에 대해 지대공 미사일을 락온하라는 대통령의 명령까지.

아마 관객에게 극한의 대립상황을 선보이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이제 전염병은 아무래도 좋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영화 후반에서 무엇보다 이해가 안되는 점은 전염병의 양상이다.

초반에는 약국이나 버스 등 한 공간에 잠시 같이 있던 사람마저 감염되고

감염 이후 금새 발병, 사망에 이르던 바이러스가...

영화 말미에서는 정말 그냥 '감기'인 것처럼 위력이 줄어든다.

 

영화 마무리 단계에서는 감염자 중에 사망하는 사람은 온데 간데 없고

비감염자와 감염자가 뒤섞인 상황에 새로 감염되는 사람조차 없다.

물론 감염자 중에서도 피를 토하며 죽는 사람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참으로 엉성하기 이를데 없는데...

이미 군대가 국민을 향해 발포까지 하고 사망자까지 엄청나게 나온 마당에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국민이 납득하며 훈훈하게 갈등이 해소된다.

 

이미 사람들이 가축처럼 비닐에 싸여 소각 처리된 것도 봤고

바로 눈 앞에서 군대의 발포에 의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도 봤는데

대통령의 한 마디에 모두가 훈훈하게 상황이 마무리 된다니...?

 

하다못해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가서 사죄하고 국민들을 이해시킨 뒤

치료제를 사용하는 장면으로 바이러스 상황이 종식됐음을 알리고

'소각'과 '발포'를 명령한 사람들을 법정에 세우며 영화가 마무리 돼야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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